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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아이 이야기, 아몬드 - 손원평독서 2022. 2. 16. 18:30
알렉시티미아, 즉 감정 표현 불능증을 앓고 있는 주인공 윤재. 윤재는 엄마, 할머니와 함께 살았다.
16살 생일날 엄마는 중상, 할머니는 사망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평소 엄마는 자주 가던 빵집 사장님, 일명 심 박사에게 본인이 잘못되면 아들을 잘 부탁한다고 전했던 덕에 윤재는 심 박사 보호 아래 학교생활과 지금까지 운영해 오던 헌책방을 맡아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러던 중 '곤'이라는 아이를 만나 둘은 서로에게 끌려 친구가 되고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존재가 된다.
마지막에 곤이를 위해 윤재가 위험에 뛰어들 때는 걱정했지만 다행히 해피엔딩으로 소설이 마무리된다.
멀면 먼 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외면하고, 가까우면 가까운 대로 공포와 두려움이 너무 크다며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껴도 행동하지 않았고, 공감한다면서 쉽게 있었다. 내가 이해하는 한, 그건 진짜가 아니었다. 그렇게 살고 싶진 않았다.
p245 대사 中우리는 '다른 것'을 '잘못된 것'이라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주인공 윤재도 남들보다 감정이 메말라 있다는 이유만으로 놀림을 받거나 입에 오르내리는 경우가 많았다. 실상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더 잘못된 사람'인데도 말이다.
p245에서 윤재가 생각하고 느낀 것은 '윤재'라서 가능한 일이었지 않을까.
TV 속, 휴대폰 속에서 불쌍하거나 안타까운 일을 겪은 사람들을 보면 동정하고 위로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행동하지 않는다.
작가는 윤재를 통해 독자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감정 불감증을 앓고 있는 윤재보다 나은 점이 없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우리가 느낀 감정이 '가짜'가 아니라 '진짜'라면 그에 맞는 변화가 있어야 조금은 더 따뜻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윤재는 '곤'이와 '도라'를 만나 점점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게 성장하는데 이를 통해 인간은 인생에서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질 수 있다고 소설을 읽으며 새삼 알 수 있었다.
제목이 왜 '아몬드'인지는 p29를 통해 알 수 있다.
누구나 머릿속에 아몬드를 두 개 가지고 있다.(···) 크기도, 생긴 것도 딱 아몬드 같다. 복숭아씨를 닮았다고 해서 '아미그달라'라든지 '편도체'라고 부르기도 한다. 외부에서 자극이 오면 아몬드에 빨간 불이 들어온다. 자극의 성질에 따라 당신은 공포를 자각하거나 기분 나쁨을 느끼고, 좋고 싫은 감정을 느끼는 거다.
그런데 내 머릿속의 아몬드는 어딘가가 고장 난 모양이다. 자극이 주어져도 빨간 불이 잘 안 들어온다. 그래서 남들이 왜 웃는지 우는지 잘 모른다. 내겐 기쁨도 슬픔도 사랑도 두려움도 희미하다. 감정이라는 단어도, 공감이라는 말도 내게는 그저 막연한 활자에 불과하다.
지인의 추천으로 읽었던 소설인데 유치하지 않고 나름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준 책이었습니다.
분량도 300p도 되지 않아서 금방 읽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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