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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MZ 세대는 무슨 생각을 할까? <90년 생이 온다> - 임홍택 / 웨일북독서 2022. 2. 24. 00:49
90년생이 자라서 취업, 소비 특성에 관해 설명하고 90년 생들은 이전 세대들과 다르게 왜 그런 생각을 하고, 그런 행동을 하는지 사회·문화적인 근거를 들어 앞으로 기업과 소비자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를 알려주는 책입니다.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책이지만 한 번쯤은 읽어볼 만한 듯한 내용입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필요한 공감
21세기는 옛날과는 달리 하루가 지나도 새로운 것이 생기고 그에 따라 '옛 것'이 발생합니다. 지식이든 물건이든 말이죠.
부모님 세대와 지금 세대들은 생각하는 방식이 많이 다릅니다. 살아온 시대와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죠. 예전에는 공동체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개인 중심으로 변하고, 한 번 직장은 영원한 직장이 아니게 되었고, 결혼이 당연하다 여기던 사회가 이제는 선택이 되었습니다.
위 세대에서는 당연하다 여기던 것이 현세대에서는 당연한 것이 아니라고 여겨 세대 간 갈등이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나 때는 말이야", "요즘 젊은것들은" 등과 같은 말을 한 번쯤은 들어 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가장 듣기 싫은 말들 중 하나죠.
<공감>하니 EBS에서 역사 강의를 하시는 최태성 선생님께서 쓰신 책 <역사의 쓸모>에 나온 이야기를 하나 할까 합니다.
왜 할머니, 할아버지는 태극기를 들고 광장으로 나왔을까
<역사의 쓸모> p 134~ 146
공감
1994년 북한의 김일성이 죽었을 때 북한 사람들은 대성통곡을 했습니다.
뉴스로 접한 북한 사람들의 모습은 마치 집단 주술에 걸린 것만 같았죠. "저기서 울면 잡혀간대", "다들 연기하는 거래" 이런 말을 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물론 주변의 시선 때문에 우는 척하는 사람도 있었겠지요. 하지만 북한 사람들이 죄다 배우도 아닌데, 어떻게 그토록 많은 사람이 서럽게 울부짖을 수 있었을까요?
김일성은 어버이 수령이라고 세뇌한 탓에 정말 자기 부모를 잃은 것처럼 느꼈던 걸까요?
저는 그들이 김일성의 죽음을 슬퍼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경험의 공유'라고 생각합니다. 6·25 전쟁이 끝난 뒤 북한은 그야말로 초토화되었습니다. 아무것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김일성이라는 지도자와 함께 북한 주민들도 일어선 것이거든요. 풍족하지는 않더라도 어떻게든 먹고살 만한 나라로 만들었어요. 그 세대의 북한 사람들이 김일성에 대해 갖고 있는 향수는 사실 김일성이라는 인물이 아니라 역경을 극복한 자신들이 젊은 시절과 그 성공과 연대감에 관한 것이라고 봅니다. 내가 살아온 시대의 지도자 김일성을 부정하는 것은 곧 그와 함께 그 시대를 견뎌온 나를 부정하는 것과 같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거죠.
태극기 집회에 나가는 어르신들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그들이 박정희 대통령의 딸이라는 이유로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할 때, 혹은 미국 국기를 흔들며 친미 구호를 외칠 때, 일부 젊은 사람들은 경악합니다. 그런데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에게 박정희라는 지도자와 미국이라는 우방은 소위 '빨갱이'로부터 '국민'을 보호해 주는 절대적인 존재로 인식되었습니다. 이 두 축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세계에 자신도 속해 있던 거예요. 그런데 젊은 세대가 박정희 대통령을 부정하고 우방국 미국도 부정해요. 그들은 마치 자신의 세계가 무너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을 겁니다.
그분들은 이런 말을 자주 합니다. "우리가 어떻게 일으킨 나라인데!" 특정 대통령이 아니라 사실은 자기의 삶이 통째로 부정당하고 있다는 생각에 분노하는 것입니다. 내가 살아온 세월, 내가 쏟아부은 노력, 그리고 그것으로밖에는 설명할 수 없는 나라는 존재가 너무나 억울한 것이죠.
저 또한 어떤 주제에서는 아버지와 원활하게 대화하지 못합니다. 제 아버지는 1·4 후퇴 당시 남쪽으로 피란을 오신 분입니다. 피로의 굶주림, 병에 쓰러지고 죽어 나가는 사람들의 행렬 속에서 살아남으신 거죠. 제가 아버지를 완전히 이해라 수는 없을 겁니다. 다만 그분의 삶을 아니까 '아, 그래서 저렇게 반응하시는구나' 정도로 이해해고 있습니다. 폐허와 빌딩 숲, 전차와 KTX의 간극을 버티며 살고 계시는 분들이에요. 그런 세대지요.
역사를 공부하는 많은 이유 중 하나는 내 옆에 있는,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입니다. '왜 태극기를 들고 나오는 걸까? 독재 정권으로 돌아가자는 거야?'라고 단정하기 전에 그들이 살아온 삶의 시간을 상상해보고 이해한다면 세대 갈등이 갈등을 넘어 혐오로 번지는 것만은 막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누구의 주장이 옳고 그른가를 판단하는 일보다 선행되어야 할 일은 상대가 왜 그런 생각과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를 헤아려보는 것 아닐까요? 역사를 공부함으로써 서로의 시대를, 상황을, 입장을 알게 된다면 우리의 관점도 달라질 겁니다. 타인에 대한 공감은 바로 그곳에서 시작한다고 저는 믿습니다.
저 내용을 처음 읽었을 때는 제 지난날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읽었을 당시에만 그랬다는 게 흠이지만...) 간혹 '도대체 왜 그러시는 걸까?'하고 부모님 세대를 원망하고 분노할 때가 있었는데, 그때 분명 '내 입장'만 고려했을 때 내린 생각이었음을 깨달았었습니다.
부모님이 살아오신 시대, 상황,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말이죠. 물론 그렇다고 무조건 옳다고 옹호할 생각은 아닙니다. 단지 단편적으로만 보고 판단하지 말자라는 말입니다.
책 <90년생의 온다>의 독후감이었는데 다른 책 내용을 함께 다루니 글이 많이 길어진 것 같습니다.
글을 마무리하기 전 저는 딱히 누구의 편을 들자고 쓴 글이 아니라는 사실 알고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그저 구세대와 신세대 간의 갈등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조금이나마 서로의 입장(살아온 시대, 문화, 등)을 고려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쓴 글입니다.
쓰다 보니 횡설수설한 느낌도 있지만 재미로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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